훈련/양육

목회칼럼

아버지의 마음



  회사에서 퇴근하려고 하는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금방 비가 쏟아져 내렸

습니다.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나에게 손짓하는 모습이 보

였습니다. 고목처럼 여윈 팔을 흔들며 웃고 계신 분은 아버지이셨습니다. 아버지는 말없

이 우산을 하나 건네 주고는 당신이 먼저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셨습니다. 얼떨결에

우산을 받아 든 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그 다음엔 할 말이 없어 잠자코 뒤를

따라갔습니다. 그 뒤 비가 올 때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렸다가

우산을 건네 주곤 하셨습니다. 이 일에 익숙해져서 나는 아버지의 마중을 감사하게 생

각하기보다는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.


  그러던 어느 비가 오는 날, 그날도 나는 아버지가 우산을 들고 나와 계실 것으로 생

각했는데 웬일인지 그날은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. 마중 나오지 않은 아버지를 원

망하며 그대로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습니다. 비에 젖은 채 집에 들어선 나는 잔뜩 부어

오른 얼굴로 아버지를 찾았습니다. 그런데 잠시 후 나는 가슴이 뜨끔해졌습니다. 아버지

는 여윈 손에 우산을 꼭 쥔 채로 누워 계셨습니다. “그렇게 말렸는데도 너 비 맞으면 안

된다고 우산을 들고 나가셨다가 쓰러지셨단다.” 어머니가 내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.

깊게 패인 주름살에 하얀 머리카락을 하고 맥없이 누워계신 초라한 아버지 의 모습을

보면서 나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꼈습니다. 마중 나온 아버지께 그럴 필요

없다고 말하기는 커넝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못내 부끄러웠습니다. 그날 나는 아버지의

깊은 사랑을 뒤늦게 깨달으며 한참을 울었습니다.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 금도 나는 그

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저려옵니다. 사도 요한은 말합니다. “우리가 사랑함 은 그가 먼저

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”(요한일서4:19)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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